요즘 따라 사소한 일에도 금세 지치고, 오후만 되면 몸이 축 처지는 사람들이 많다. 특별히 무리한 일도 없고, 병원 검사에서도 큰 이상은 없다고 들었지만, 컨디션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나이 탓인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지만, 쉽게 지치는 패턴 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철분 부족과 수면의 질 문제이다. 둘은 전혀 다른 요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다.
철분은 피 속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핵심 재료이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온몸으로 운반한다. 철분이 부족해지면, 숨은 정상적으로 쉬고 있어도 세포가 받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이 줄어든다.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가쁘고, 가벼운 집안일만 해도 기운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이 잘 안 되며, 어지럼과 두근거림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철분 부족은 여성에게 특히 흔하다. 생리로 인한 출혈, 임신·출산, 다이어트가 겹치면 체내 저장 철분이 빠르게 고갈된다. 육류나 해산물 섭취가 적고, 커피·차를 식후에 자주 마시면 철분 흡수는 더 떨어진다. 처음에는 피곤함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빈혈로 이어져 일상생활 자체가 버거워진다. 그럼에도 “원래 좀 피로한 체질”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
문제는 수면과의 상호작용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자율신경계가 계속 긴장 상태로 남는다. 심장은 빨리 뛰고, 근육이 이완되지 못해 다음 날 더 쉽게 피로를 느낀다. 여기에 철분 부족이 겹치면 ‘산소 공급’과 ‘회복 신호’가 동시에 떨어진다. 아무리 오래 누워 있어도 개운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이미 지쳐 있는 느낌이 든다. 결국 피로는 악순환으로 고착된다.
수면의 질은 단순히 시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깊은 수면 단계에 도달해야 신체와 뇌가 제대로 회복한다. 늦은 취침, 잦은 각성, 스마트폰 사용이 반복되면 깊은 잠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철분 부족이 있는 경우에는 ‘하지불안증후군’처럼 다리가 근질거리거나 쥐가 나 수면이 더 쉽게 깨지기도 한다. 밤새 뒤척이다 보면, 낮 동안의 지침은 더 심해진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속되는 피로를訴하면 많은 분이 비타민부터 찾는다. 하지만 철분 상태와 수면 패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두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면, 아무리 운동과 식단을 잘해도 회복이 더디다.” 피로의 뿌리를 짚어야 한다는 의미다.
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단서도 있다. 평소보다 숨이 쉽게 차고,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피부가 창백하다, 머리카락이 쉽게 빠진다, 손발이 차갑다 — 이런 신호가 있다면 철분 부족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도 머리가 맑지 않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며, 주말에 몰아서 자도 개운하지 않다면 수면의 질을 점검해야 한다.
관리의 첫걸음은 식사다. 붉은 살코기, 간, 조개류, 생선, 달걀, 콩류, 시금치 등 철분이 풍부한 식품을 규칙적으로 섭취한다.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돕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커피·홍차·녹차는 식사와 동시에 마시지 않는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단백질과 철분 공급이 지나치게 줄어들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수면은 시간보다 ‘리듬’을 먼저 세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취침 1~2시간 전에는 조명을 낮추고, 화면 사용을 줄인다. 침실 온도를 과도하게 덥게 하지 말고, 침대는 잠과 휴식 외의 활동에 쓰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 누워 있기보다 잠깐 일어나 조용한 활동을 하고 다시 시도한다. 이렇게 리듬을 되돌리면, 서서히 회복력이 살아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한 달 이상 계속되거나, 숨가쁨·가슴 두근거림·현기증·두통이 동반된다면 검진이 필요하다. 혈액검사로 빈혈, 철분 저장량(페리틴), 갑상선 기능, 염증 수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철분제를 임의로 복용하기보다, 필요성과 용량을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도한 철분은 오히려 위장 장애와 간 부담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쉽게 지친다는 것은, 몸이 산소를 충분히 쓰지 못하거나, 회복할 시간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철분과 수면 —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두 축이 바로 서면, 피로의 방향은 달라진다.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조건을 바로 세울 때, 일상은 다시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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