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은 오랫동안 익숙한 선택이었다. 음료와 과자부터 채소, 고기, 반찬까지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것을 전제로 한 제품이 많았다. 그러나 1~2인 가구가 늘면서 식품을 포장하고 판매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사람이 생활하는 집에서는 많은 양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항상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 다 먹기 전에 상하거나 오랫동안 냉장고에 남는다면 실제로 소비하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처럼 보관기간이 제한적인 식품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쉽게 나타난다. 한 봉지에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제품보다 필요한 만큼 소량으로 구입하려는 수요가 생기는 이유다.
고기와 생선 역시 한두 끼에 사용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눠 판매하는 제품이 다양해졌다. 구입한 뒤 소비자가 직접 소분해 냉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찬도 달라지고 있다. 여러 사람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큰 용기뿐 아니라 한두 끼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포장의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석밥이나 국, 찌개와 같은 간편식은 작은 가구의 식생활과 더욱 밀접하다. 직접 많은 양을 조리하기보다 필요한 한 끼를 간단하게 준비하려는 상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냉동식품에서도 개별 포장이 활용된다. 한 봉지를 개봉하더라도 내용물을 한 번에 모두 조리할 필요 없이 필요한 양만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방식이다.
가구원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식사량만 단순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 때는 한 번 요리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지만 혼자 사는 경우 한 가지 요리를 만들면 같은 음식을 여러 끼 먹어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메뉴를 조금씩 먹고 싶어 하는 수요도 생긴다. 여러 종류의 반찬을 소량으로 판매하거나 한 끼에 필요한 재료를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밀키트 역시 이러한 생활 변화와 연결된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각각 구입하면 남는 식재료가 생길 수 있지만 필요한 양이 준비된 제품은 장보기와 손질 과정을 줄일 수 있다.
소형 포장은 보관 측면에서도 편리하다. 냉장고가 크지 않은 집에서는 대용량 제품 여러 개를 보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원룸이나 소형주택에서는 냉장·냉동 공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있다. 필요한 만큼 자주 구입하는 소비 방식이 주거환경과 연결되는 것이다.
온라인 장보기의 확대도 소량 구매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무거운 식료품을 직접 들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면서 필요할 때 주문하는 것이 이전보다 편리해졌다.
편의점 역시 작은 가구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구매처가 될 수 있다. 대량으로 장을 보기보다 당장 필요한 한 끼나 소량의 식품을 가까운 곳에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포장이 늘어나는 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같은 양의 식품을 여러 개의 작은 용기에 나누면 포장재 사용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포장은 보관과 사용에는 편리하지만 용기와 비닐, 포장필름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소비 편의성과 포장 폐기물 감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된다.
가격도 살펴볼 부분이다. 소량 제품은 대용량 제품보다 전체 가격은 낮아 보여도 무게나 개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단위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있다.
포장과 유통에 필요한 비용이 제품마다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단순히 판매가격만 비교하기보다 실제 필요한 양과 버리게 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산다고 항상 소포장이 유리한 것도 아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이나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대용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신선식품처럼 쉽게 상하는 제품은 단위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가정에서도 소포장 수요는 존재한다. 가족 구성원마다 식사시간과 먹는 음식이 달라지면서 각자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집에서 생활해도 모두가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전제가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개인의 식사시간과 취향이 달라지면서 식품의 소비 단위 역시 작아질 수 있다.
고령 가구 증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녀가 독립한 뒤 부부만 생활하거나 배우자와 사별한 뒤 혼자 사는 경우 과거와 같은 양의 식재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식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가구 규모의 변화가 제품 개발과 판매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어떤 크기로 포장하고 몇 회분으로 구성할 것인지가 소비자의 선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족용’이라는 말이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큰 제품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가족 자체의 규모가 다양해지면서 가족용 제품의 기준도 하나로 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1인용과 2인용, 대용량 제품이 함께 판매되는 것은 단순히 제품 종류가 많아졌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규모의 가구가 같은 시장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변화가 상품 구성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소형 포장은 작은 가구에게 편리한 선택이지만 가격과 포장 폐기물이라는 과제도 함께 가지고 있다. 무조건 작게 만드는 것보다 보관성과 재포장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가구가 작아지면서 장보기의 기준도 ‘얼마나 많이 사느냐’에서 ‘얼마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느냐’로 달라지고 있다. 식품 포장의 크기 변화는 한국의 식탁뿐 아니라 가족의 규모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상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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